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테라스 지붕 끝에 풍경처럼 매달아 놓은 트리오너먼트가 아까부터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모양새가 흡사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과일같다. 이대로 까치밥이 될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질지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뭔가에 매달리거나, 바닥으로 내팽겨쳐지거나, 그 모든 경우들이 어찌되었건 내버려지는 것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 혼자일거다.

요즈음 나는 꼭대기에 매달린 것처럼 모든것이 위태롭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일상이 때때로 권태롭다. 그래서 내가 애꿎은 교태를 부렸을까.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면, 나는 내가 타인처럼 낯설다. 내가 교태를 부린건지, 추태를 부렸을지 모르겠다. 명태는 가만히 있으면 생태가 되고, 얼리면 동태라도 되는데, 나는 기껏해야 교태를 부렸거나, 추태를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문득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마저도 내 생에서 어떤 풍경이 되긴 될까. 나는 네가 내 오래된 풍경이 될거라는 사실이 가끔 너무도 힘이 든다.

생각해보니 지금이 벌써 3월인데, 아직까지 매달아놓은 트리 오너먼트는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철이 지나도 너무 지났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철이 들지 않는다. 나는 언제 철이 드는걸까. 그러니 어쩌면 이 마음도 한철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다 한때라고 지나간다고 믿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모든 것들이 그저 나를 지나가기만 한다. 많은 것들이 전부 다,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