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인지 마지막 겨울비일지 모를 것이, 자꾸 내린다. 며칠째 출근길에 내리는 비가 이제는 제법 성가시다. 덜 마른 머리가 다시 젖는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습기가 숨어든다. 무언가 마음속으로 숨어들었다. 마음에 스며들었다. 머리카락 사이에 숨어들었던 습기처럼, 오후가 되어 차차 공중으로 날아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다들 너무 꼭꼭 숨었다. 머리카락 보일라.

반짝 날이 따뜻하더니, 다시 바짝 날씨가 추워졌다. 그리고 학교는 1학기 개강을 맞이했다. 개강과 동시에, 바뀐 업무가 손에 익지 않는다. 여러 일에 바짝바짝 쫓기며 사는 것도 모자라, 이따금씩 마음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어느 강의실의 기자재가 안된다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바작바작 땀을 흘리고, 강의실에 올라가서는 혹시라도 해결할 수 없을까봐 바작바작 애가 탄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 등짝에 붙여놓으면, 나를 조심해줄까. 앞에 옆에 뒤에서 모두 빵빵인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사방에서 경적이 자꾸 울려서, 이렇게 울고 싶은 기분이 드는거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요몇일은 경적이 울지 않는 때에도, 이 고즈막한 밤마다, 내가 나지막히 울고 싶어지는 것만 같아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