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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2012년 03월 17일 오전 12:03

벌써 몇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네가 나로 인해 망가졌다는 사실을 변하게 할 수 없다면, 그 사실을 잊어보기라도 해야한다고. 허나 이것이, 손으로 하늘을 전부 가릴 수 없고, 흙으로 덮어서도 묻을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임을 안다. 너는 지금처럼 내게서 언제고 미라로 발견될 것이다.
내게는 이미, 방부제 처리까지 끝마친 기억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썩지않았다. 그래서 오래도록 내 기억은 털끝 하나, 손끝 하나도 망가진 곳이 없이 성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 오래된 기억들은 하루, 한달, 일년에도 수십번씩 내 털끝을, 손끝을 건드렸다.
그리고 다시 이번 일로, 나는 사람을 만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내곁에 오면 끝없이 망가졌다. 모두가 파도처럼 밀려와서, 파도처럼 부서졌다. 그래서 이제는 나 역시도 물거품이 되고 싶어졌다. 올해로 벌써 서넛과의 관계가 끊어졌다. 나는 내 곁으로 밀려온 사람을, 또다시 망가뜨리기만 했다. 파도는 부서지고, 파도에 부딪힌 나도 부서졌다. 나는 그 자리에 남았으나, 부서진 파도는 다시 저쪽으로 돌아서, 아주 먼곳까지 밀려나갔다.
나는 그저 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알고보니 그저 닳고닳은 사람임을 알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닮은 사람조차 곁에 두지 못할 것 같다.
Odilon Redon, Femme au Voile rouge (Woman with red headscarf) , 1895, Chalk, pastel and pencil on paper, 29.1 x 32,6 cm,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