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내 마음에서 이처럼 돋아날 때가 있다. 젖니가 빠지고 간니가 새로 나는 것처럼, 누군가 마음에서 빠져나가고, 시간이 또 지나면 간니처럼 누군가 돋아났다. 그때에 나는, 마치 어린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새로 난 이가 가려워, 뭐든 물고 뜯지 않으면 안되는. 뭔가를 상하게 하거나, 망가뜨리지 않으면 안되는. 내 마음에서 누군가 돋아나서, 단단해지면 단단해질수록, 주변의 많은 것들은 나로 인해 자꾸 다 망가졌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는 그런 나로 인해 망가졌다.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를 어릴적 가지고 놀던 인형이나 로봇처럼 망가뜨렸단 사실을, 나는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헌데 요즈음 나는, 마음이 자꾸 가렵다. 내 잇속에도 봄이 오는걸까. 무언가 새순처럼 돋아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