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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내가 목련 타령을 하는걸 보면, 진짜 세상에는 봄이 온 것 같다. 하긴, 어느새 사월의 중반이니까, 아직까지 오지 않으면 큰일이지. 그래. 그건 너무 지구가 아파. 나는 올해 역시도 변치않고 여전히 여전해서, 목련이 피는게 너무나도 싫은데, 거리에서 빛이 덜 드는 곳엔 아직 꽃망울이 맺혔고, 양지바른 곳에는 꽃이 다 피었다. 목련 꽃이 다 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목련나무 밑을 멀찌감치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새하얀 목련의 꽃망울들이 팝콘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옥수수 알갱이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알갱이들이 팝콘마냥 하나의 꽃이되어 팡팡 터뜨려지고 나면, 나는 그 모습이 종종 탐스럽다 못해 탐욕스러워 보일 때가 있다. 무엇보다 싫은 것은, 그 눈부시게 하얀 꽃이 바닥에 떨어져 검게 변하는 모습인데, 그 새하얗던 꽃송이는 꼭 뭔가에 짓밟히거나 더럽혀진 것처럼 변하고 만다. 내가 목련을 이토록 싫어하게 되었던 것도 실은 이때문이다.
어렸던 날의 나는 그 어느 봄에, 바닥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손에 쥐었다가, 무심코 꽃잎을 손톱으로 누르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러자 그 목련 꽃잎에는 내 손톱 자국이 하나의 칼자국처럼 남았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나는 그 칼자국이, 상처가, 내 마음에 새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로 인해 무엇인가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목련은 굳이 내가 손대지 않아도, 단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아주 쉽게 상처를 받았다. 요즈음 목련이 기어코 만개한다. 때문에 누군가가 내가 손대지 않아도, 가까이 갈 수 없어도, 스스로 상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자꾸 마음이 저릿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