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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오래도록 가물다. 비가 오려나 싶은 통증은 잦았으나 비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따금씩 어깨랑 다리가 시거나,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았다. 지난 해 여름부터 살까말까 망설이다 끝끝내 사지 못했던 레인부츠를 지난 봄에 서둘러 샀으나 이는 신발장 위의 장식품이 되어갔다. 비가 오지 않았다. 날로 과일의 당도는 높아졌고, 그만큼 채소의 가격 또한 높아졌다.
유월, 언제나 중순이 넘어갈 때 즈음 해서, 장마가 시작했던 것 같다. 장마가 시작될 때 마다 나는 늘 무언가 서둘러 오는 기분이 들었다. 기억 속에 부피를 차지 하고 있는 장마가 언제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장마가 시작할 때면, 나는 섣부르다 여겼던 것 같다. 그 섣부름이, 기다림이 되는 순간에도 비는 오지 않았다.
유월 이십구일, 스물일곱으로 산 지도 어느새 반년이나 다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세월은 유수보다 더 빨리 지나가며, 재빠르게 흐르는 물 역시도 가끔 어딘가에 고인다. 그래서 가끔 그 고여진 삶이 마음을 지나치게 아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유수와 같이 흐를 것임을 안다. 시간은 이제 많은 것을 포기하게 했으며, 나 역시도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됐다. 끝내, 사람을 포기하는 법까지도 배웠다. 하지만 가끔 나는, '포기하면 안돼'. 그 언젠가 오래도록 네 대화명이었던 그 여섯글자가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자꾸 남는다. 여전히 나는, 네가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