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났다. 이쯤되니 내가 가장 잘 먹는 것은 나이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이를 떡국떡국 잘도 먹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꿀떡꿀떡 내 목구멍을 타고 지나갔다. 몇 년 전, 영원히 스물서넛에 있을 것 같았던 나는, 완연한 이십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나는 스물여덟이 되었다.

2012년, 내 삶에서 힘들지 않았던 일년이 어디있으랴. 나는 단 한 번도 무난한 삶을 살지 못했다. 나는 내년에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2012년, 내 스물일곱은 단 하나로 인해 아주 쉽게 지리멸렬해졌다. 세밑이면 으레 그래왔듯이, 지나가버린 일년을 돌이켜보는 일 조차도 이번에는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일들이, 여전히 밤손님으로 찾아와 내 목을 조른다. 나는 매일매일 누군가에게 위로받으며, 사랑받으며 살고 있음에도, 일주일에 서너번 꼴로 밤잠을 설치고, 언제쯤이면 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돌이켜보니 정말로 행복하지 못한 일년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꿈꾸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올해보다 더한 내년이 없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