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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다. 항간에는 기록적인 긴 장마,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라 했다. 여름은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 어떤 기록을 갱신하고 또, 갈아치우기를 반복했지만, 이토록 기록적인 이 여름에, 내 삶이 이렇게까지 기록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태어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일기를 쓰려고 자주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전부 시도와 미수로 그쳤다. 자음과 모음을 눌러쓰기보단, 백스페이스로 눌러 지우는데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도 모자랄판에, 나는 곧잘 무에서 무가 되었다. TV를 틀면, 무과장은 "무가 된다구요."하며 외쳤고, 내가 러시앤캐시를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왜 무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나는 빈번히 무가 되었다.
그래도 아주 이따금씩, 핸드폰의 메모나 컴퓨터 메모장에, 몇가지 단어와 토막난 구가 적혔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의미없이 나열되기만 할 뿐, 끝내 문장도 구절도 되지 못했다. 마치 연결할 수 없는 전화 같았다. 나는 차라리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이라도 연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때문에 나는, 많은 공백과 침묵 속에서 살았다. 어디에도 쓰지 못한 삶은, 그것으로 못쓰게 되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자주 나를 방치했다. 하루 그리고 이틀, 또 한 달 두 달, 이윽고 봄에서 한여름이 끝나갈 무렵까지, 나는 생각을, 감정들을, 그리고 내 삶을, 나를 유기했다.
오늘도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다. 매일밤 집의 온도는 30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내가 변한 것인지 여름이 변한 것인지, 도통 누가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는 부쩍부쩍 여름을 탄다. 새벽, 그리고 31도의 밤, 문득, 이렇게 무기록한 삶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겨우겨우 일기를 쓴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끝나기 전에, 기록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이래저래 기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