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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선풍기.
2013년 08월 25일 오전 04:08

잠이 오지 않는 밤, 오늘도 나는 잠을 내일로 미루기라도 한 것만 같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더 미룰 것이 없는 나는, 오늘 자야할 잠을 내일로 미루는 것만 같다. 고질이 된 불면이 다시 시작된지도, 벌써 꽤 오래 되었다.
지난 금요일이 처서였다. 사계절이 지나치게 불균형해진 지금에도 이십사절기의 흐름은 그대로인건지, 처서에 접어들자마자 여름 내내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더위가 어쩐지 느슨해진 것 같다. 날이 풀린다. 여름 내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했던 내방 벽에 달린 선풍기의 날갯짓도 조금은 여려졌다. 때가 되었다. 어린 날개가 더위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처서에 가을이 오지 않아서 서글픈 선풍기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Albert bloch, Metamorphosis, 1948,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