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잘 붙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근래에 내게서 밤잠이 또 달아났다. 벌써 며칠째,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이 돌아오면, 달아난 잠도 함께 돌아왔다. 잠이 돌아와 내 곁에 누우면, 방은 어떤 불빛이 없어도 훤해졌고, 나는 눈이 부셨다. 눈이 시려 베개에 물이 묻으면, 나는 겨우 잠에 들었다.

잠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밤새도록 나는 가만히 누워서, 나는 내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로 나는 내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즈음 나는 내 생각만 한다.

새벽에 깨달았는데, 어제는 단 한발자국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내가 닫혀진 붙박이장 같다고 느껴졌다. 단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았다. 마음이 내내 닫혀있었다. 환기되지 않는 나쁜 마음들이 하루 만에 다 썩어서 새벽에는 나쁜 냄새를 풍겼다. 나는 더 꽉 마음을 닫았다. 속이 다 망가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진짜 곧 서른인데, 더 이상 나는 소녀가 아니에요. 거기에 하물며 이십대도 아닌데, 왜 아직도 이렇게 불안할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같은데서 보이는 타인의 삶은 모두 안정되어 보인다. 그게 또 속이 상한다. 일년이고 삼년이고 사년이고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월세 걱정을 하고, 뭘 해야 먹고 살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슬프게도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홍대는 어제 오늘, 일주일 만에도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홍대에 사는 내 삶의 허리에는 그린벨트라도 둘러진 건지, 몇 년이 지나도록 달라지는 것이 없다.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방에 바다가 생기도록 울고 싶어지는 걸 애써 참았다. 내가 누누히 말했잖아. 동정하지마. 동정할거라면 돈으로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