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 Tue | Wed | Thu | Fri | Sat | Sun |
---|---|---|---|---|---|---|
1 | 2 | 3 | 4 | 5 | 6 |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스물아홉의 여름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여름은 조금 버겁게 지나가는 기분인데, 힘들지 않았던 한 해는 없었지만, 올해 역시도 더 한 것 같다. 하긴 요즘의 내 삶이 몇가지 단어들; 그러니까 스물아홉, 여자, 백수, 헤어짐 등으로 나열될 수 있어서 더한지도 모르겠다. 유월에, 나는 내내 장마를 기다렸다. 언제부턴가 유월에는 이른 장마가 왔던 것 같은데 올해는 유독 장마가 늦장을 부렸다. 비가 오지 않아서 어디서는 앓는 소리를 냈고, 나도 그래서 우는 소리를 냈다. 가뭄이었다. 뉴스에서 어느 저수지의 물은 다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고 했다. 물이 뭍이 되었다. 그래서 내 갈라진 마음들이 다 드러났다.
최근에는 부쩍 술을 많이 마셨다. 사실 몇 년 전 수술 이후로 술이 갑자기 약해져서, 거의 잘 안마시고 살았었는데, 인간의 간이 위대한건지 정신력이 위대한건지, 근 이주동안을 매일같이 꽤 많은 술을 마셨다. 몇 년 동안 마신 술보다, 2주동안 마신 술이 더 많다고 해도 될만큼, 정말 그렇게 많이 마셨다. 그래도 헤어졌다고 이렇게 술도 사주고 만날 사람이 많은 걸 보니, 그래도 나는 어쩌면 꽤 괜찮게 살아왔나봐. 라는 같잖은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것으로 잠깐이나 위안받았다. 같잖다. 나는 참.
하지만 요즘 들어 나는, 감정적으로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기분이 든다. 자신이 정한 도덕성을 다 깨뜨린 주제에,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 되면 그럴거야. 라며 내뱉는 자기위로가 끔찍할 때가 있다. 내가 나를 가엾게 여기진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나는 내 동정을 사려고 한다. 아니. 실은 내 팔자를 내가 꼰다.
나는 자꾸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또 자꾸만 마음을 다친다. 이렇게 안절부절할 때마다, 또 마음이 바닥을 칠 때 마다, 누군가 내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때 마다,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을 꾹 참는다. 마음이 닫힌다. 나는 예전부터 내가 도마뱀 같은 사람인걸 알았다. 이렇게 사람이, 감정이, 여러겹이 겹치면 그냥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마음이 겹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