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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이 자주 헝클어진다. 지난 시간들이 마음 사이를 구석구석 번잡스럽게 날아다닌다. 네가 지나왔을 시간들을 나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네 시간에 손끝의 신경을 온통 집중해도, 나는 좀처럼 마음이 가까워지지 못한다. 어제 낮에는 점심을 거르고 도서관으로 외출해서, 도록 여러권과, 문학상 단편 소설 수상작 모음집을 다섯권쯤 빌려서, 이것저것 손에 닿는대로 읽다가 퇴근했고, 또 밤에는 충동적으로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30센치는 잘라버렸다. 끝이 상해 자주 끊어지고 헝클어지던 머리가, 이제 단발도 장발도 아닌 쇄골에 닿는 어정쩡한 길이가 되었다.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나는 도통 어쩌지를 못하겠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때마다, 며칠 사이 자라난 마음들도, 네가 남긴 텍스트들도, 머릿속에서 함께 잘려나갔으면 싶었지만,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카락일 뿐이었다. 잘려나가는 젖은 머리카락은 금새 죽어 떨어졌다. 새까만 머리카락들이, 바닥에 온통 헝클어졌다. 거울 속에서 점점 짧아지는 내가 낯설어서, 나는 자주 창밖을 쳐다봤다. 전면 유리창으로 보이는 밖의 마른하늘은, 천둥과 벼락이 자주 쳤다. 눈 앞이 셀 수 없이 깜빡, 깜빡거렸다.
집 앞에 도착해서는, 스콜처럼 비가 내렸다. 네가 우산을 빌려갔다가, 십분도 안되서 다시 돌려주었다. 나는 발끝하나 젖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물에 젖은 종이처럼 자꾸 찢어졌다. 멍청하게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일찍부터 자리에 누웠다. 핸드폰으로는 폭풍우와 천둥 번개가 소란스럽게 치는 소리를 틀어놓고, 실제로도, 이만큼 비가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밤 사이에는, 어딘가 내 주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뒤섞여, 사라진 소설속의 삼촌이, 손님이었던 그가, 대학생인 그녀가, 머릿속의 한주름씩 차지하고는, 자꾸 떠들어 소란스러웠다. 결국엔 이것도 내가 다 자초한 일들이다. 나를 위해 울지도 못하는 시간들이 자꾸 생긴다. 내가 자꾸 헝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