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나는, 변화무쌍한 사람이었다. 맑은 얼굴로 자주 웃었지만, 장마철의 날씨처럼 자주 비가 왔다. 내 안은 빈번하게 장마를 겪었고, 나는 좀처럼 바싹 마를 날이 없었다. 내 속은 습하고 눅눅했다. 그 속에서 나는 이끼처럼 축축하게 자라났다.

이끼. 나는 이끼처럼 분명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내 몸과 마음 중에 어느것이 내 잎이고 줄기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자주 뒤엉켜 엉망이 됐다. 가끔은 몸이 감정을 앞서 나갔고, 또 가끔은 마음이 내 걸음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갔다. 어떤식으로도 서두른 관계는 쉽게 서툴러졌다. 관계가 물러질 때면, 나는 언제나 내가 눅눅하고 무른 사람임을 탓했다. 단 한 번도 너를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그럴 때면, 나는 돌이나 고목처럼, 단단한 그 어떤 것에 붙어서 이끼처럼 기생하고 싶어했다.

아니 나는 단지, 어딘가에라도 내가 닿아있는 사람이길 바란건지도 모르겠다. 고삐가 풀린 망아지 같은 사람, 이리저리 떠다니는 부유물 같은 사람, 그리고 나는 정말로 뿌리가 없는 사람인 것 같았으니까. 언젠가부터 고정되지 않는 삶이 계속 됐다.

내 지나버린 이십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때의 내가 너무 밝고, 또 내가 너무 어둡다고 했다. 사실 나는 지금도 그렇다. 나는 지금도 또 어딘가에 달라붙어 기생하고 싶어하니까. 누군가에게 기생하고 싶다는 마음은 얼마나 잘못된 것일까. 이런 마음으로 너에게, 또 당신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며 살아왔을까. 그래도 단 한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 나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령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점점,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여전히 밝고, 또 여전히 어둡지만, 최근 몇년 전부터 내 자신이 눅눅해지는 일은 드물어졌다. 나는 또 자주 아이처럼 바삭바삭 웃었고, 어른처럼 건조하게 반응했다. 나는 얼마전까지 이러한 변화가 네게 기생해서였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만약에 내가 변한 것인라면, 사실은 이게 무뎌진 것인지 무너진 것인지 모르겠다. 마음이 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