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날씨가 봄이었다가 여름이었다가 한다. 그래서 기어이 나도 환절기에 접어들었다. 마음이 환절기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랬다 저랬다 하기도 하고, 좋았다 나빴다 하기도 한다. 마음이 들쑥날쑥하다. 어느 날에는 핑계없는 무덤을 찾아 울었고 또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그랬잖아. 마치 유행의 선도주자라도 된 것처럼, 계절이 바뀔 때면 언제나, 뭐든 앓고 넘어가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주 오래도록, 마음이 영원히 머물 수 있는 단 하나의 계절을 찾고있는 사람이다. 내가 변한다는 것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너는 모른다. 당신의 계절이 내게 올 때, 우리가 서서히 일교차를 좁히며 가까워질 때, 나는 우리가 하나의 계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계절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는 것을 이미 수십번도 더 경험했지만, 매번 하나의 계절이 끝나는게 정말이지 쉽지 않다. 세상에 정말 쉬운 끝은 왜 하나도 없을까. 왜 끝은 항상 외자일까. 단어마저 외롭다.

이번 계절, 날씨의 간극이 유달리 컸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환절기를 호되게 앓는다. 한 계절이 끝났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이 계절 역시 영원히 지나간다고 믿는다. 여름아 부탁해.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