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기에 앓는다는 말을 했다가, 밤새워 죽도록 앓았다.

이십대 중반에, 난소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했었다. 원래도 생리통이 심한 편이었고 점점 더 심해졌던 이유가 종양이 원인인가 싶어서, 수술을 하고 나면 생리통이 좀 줄어드냐고 물어봤더니, 그 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생리통은 지금있는 종양과는 전혀 상관없으니,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궁을 들어내세요. 그 방법 밖에는 없어요."

아니.. 저기요. 의사양반. 생리통이 심해서 물어봤을 뿐인데, 자궁을 들어내라뇨. 이거 뭐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자는 얘기를 너무 쉽게하네. 그때 그 의사가 너무 심하게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에는 그 말이 끝없이 머릿속에서 생각났다.

어렸을 땐, 분명 허리만 아팠던 것 같은데, 이제는 배도 너무 아프고, 거기에 토하기까지 시작했다. 배와 허리가 밟혀 부서지는 통증에 시달리다가, 기어이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내면서, 거의 이러다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까지 앓았다. 생리통으로 이렇게 너무 심하게 앓아누울때면, 네가 아픈 나를 손대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벌써 몇 십번은 봤기 때문에, 내 뒤척임에 잠든 네가 깰까봐 화장실 앞 차가운 거실바닥에 누워 배를 부여잡고 울었다.

화장실로 가서 토하고 누워있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뭐가 나오지도 못할만큼 기력이 다 떨어져서, 기어이 너를 깨워 등을 두드려달라고 하고, 물을 달라하고, 물을 마시고, 또 울고, 쓰러지듯 누워있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출근 알람이 기적처럼 울리자 나는 기적처럼 일어나 씻었다.

근데 진짜 어처구니 없게, 그렇게 밤새워 앓다가, 출근 시간이 되니까 좀 괜찮아졌다. 회사라는 것은 대체 뭘까. 밥줄이란 도대체 뭐길래, 밤새워 앓던 몸뚱이를 일으켜 씻고 회사에 출근 시키는 힘이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번주부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서 찰랑찰랑한데, 생사를 오간 아침, 꾸역꾸역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무서웠다. 약 먹어야 한다며, 평소엔 먹지도 않는 삼각김밥에 게보린을 몸에 최대로 쏟아부으며, 오늘 하루를 버텼다. 그래. 밥줄 그거, 너무 소중하지. 근데 나는 내가 왜 안소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