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 창문을 다 열고 앉아있다. 어느새 이 집으로 이사 온 지도 다음 주면 일 년에 접어든다. 처음 이 집에 와서, 창을 열어두면, 집 구석구석으로 부는 바람이 정말 좋았다. 햇볕이 잘 드는 집은 아니지만, 바람은 제법 잘 드는 집이었다. 덕분에 겨우내 좀 춥기도 했었지만, 이제 그럭저럭 겨울도 지났다. 일 년이나 다 됐다는 사실이 문득 실감 나지 않는다. 시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빨랐지. 서른여섯도 이제 거의 반을 살았다.

근데 나는 내가 서른여섯에도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마음이 왜 이렇게 여섯 살 난 애 같을까. 그냥 애도 아니고, 아니 정말 내가 애새끼라도 된 기분이다. 중2병이 중2에 오는 것도 축복 이랬는데, 나는 이마저도 축복받지 못했나. 대체 왜 서른여섯에 이러고 있나 모르겠다. 나란 사람은 정말 평생을 우습고 유치하게 살 것만 같다.

나는 요즘 그 어떤 내가 자주 그립다. 나는 오래도록 천성이 밝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왜 정말 보기만 해도 밝아서 너무 예쁜 사람들,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게 티가 나는 사람.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천성을 늘 부러워하고, 여전히 갖고 싶어 한다. 언젠가 잠깐은 그런 사람인 척했던 것도 같은데, 그때가 너무 멀어진 과거처럼 느껴진다. 아니 내가 밝을 때가 있긴 했었나. 마음이 늘 어둡지 않았나. 나는 정말 밝음이 뿜뿜하고 싶은데 요새 완전 어둠이 뿜뿜하다. 사랑스러움을 노력해서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그냥 내가 사랑스럽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