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 Tue | Wed | Thu | Fri | Sat | Sun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정말로 몸이 예전같지 않다. 삼십대 중반, 나는 이제 정말로 카페인 쓰레기가 된게 분명하다. 어제 오후, 언니네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스벅에 들러 커피를 샀다. 새벽에 모모가 나를 깨우는 통에, 잠을 제대로 못잤고, 단지 카페인이 필요했고, 나는 그냥 이름이 예쁘다는 이유로 골랐다. 포레스트 콜드브루, 커피 이름 치고는 너무 예쁘잖아. 하지만 그리고 그 이름을 따라서, 나는 밤새워 숲을 헤메게 됐다.
도통 잠이 들지 않아서 끝없이 뒤척거렸다.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잠들었지만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잠에서 깼다. 새벽 세시, 밤은 길고 깊고 어두워서, 나는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정말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쓸데없이 짙어졌다.
문득, 그런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 내게서 마음을 거둬간 순간 같은거, 그리고 나는 어제 무심코 밤을 헤메다, 네가 선을 그은 순간을 발견하게 됐다. 나는 사실, 이미 몇 년이나 지났지만, 너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내가 선을 넘었던걸까. 네가 선을 그었던걸까. 나는 그 선을 넘지도 못하고, 긋지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하고 앉아서 오래앉아서 우리 사이에 생긴 선명한 선을 밤새워 바라보기만 했다. 진작부터 실금이 가고 있었다는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깨질까봐 말하지 못했다. 오늘따라 네가 너무 선명해서 마음이 아팠다. 나는 오늘, 우리의 선명한 끝을 봤다.
미리 끝내야 했던 마음들을 너무 오래 미뤄두고 있었나. 한번에 많은 이별들이 나를 향해 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우리의 끝이 내게 끝없이 쏟아진다. 내게는 끝이 쏟아져도, 나는 계속해서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말한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