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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비가 왔다. 사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출근하던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나는 아직도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 틀어박혀 있는 데다가, 점심시간에도 회의실에 누워서 좀 잤더니, 정말로. 비가 오긴 왔나. 오늘 하루는, 빗소리도 없고 비 냄새도 없는 것이, 그냥 왠지 비가 오지 않는 어떤 보통 날인 것만 같다.
다들 알겠지만, 나는 계절도 날씨도 정말 많이 타는 사람이다. 그래도 오늘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비를 본 덕분에, 그럭저럭 괜찮게 보냈다. 어제는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울먹울먹했고,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울먹울먹했고, 그러다 촛불이 훅 꺼지듯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어제의 마음이 오늘까지 이어질까 봐 사실 조금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나 원래 혼자서도, 남 앞에서도, 진짜 잘 안 우는데.. 왜 그러지. 요새 자꾸 쓸데없이 우는 거 같다. 개굴개굴. 나이가 많아져서 눈물이 많아진 걸까. 일단은 나이 탓을 해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일단 음식이 잘 안 들어가던 그 어렸던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 것 같다. 이제 밥 안 먹으면 힘이 없지. 어떻게 예전에는 이별하고 며칠씩 아무것도 안 먹고 살았었지. 다이어트 중에 최고는 이별하거나 맘고생 이랬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자꾸 저녁을 2차까지 먹는다. 어제도 저녁을 먹고 돌아와, 다시 저녁을 먹었다. 당연하게도 체중이 점점 불고있다. 이제는 살아야 하므로, 살이 찐다.
오늘 아침에는 옆구리살이 쪘다는 걸 깨닫고 또 개굴개굴 울고 싶어졌다. 평소 잘 안 찌던 부위에 살이 찐다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내가 뭔가를 돌려놓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얼마 전의 나를 다시 돌려놓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찐 살은 어떻게든 빼면 될 텐데, 불어난 마음을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살이 불어난 건, 저녁을 두 번씩 먹은 덕분인데, 마음이 불어난 건, 내 탓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