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날이 무척 맑고 깨끗한 것 같은데, 어른이는 전날 마신 술로 괴로운 하루를 보내죠. 너무 많이 마셨다. 그래도 그 덕분인지, 정말 오랜만에 12시까지 푹 잤다. 물론 출근시간에 잠에서 깨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 요새 진짜 출근하기 싫은데, 내 몸은 눈치도 없이 자꾸 출근해야 한다고 하는 것만 같다. 내 몸뚱이 눈치챙겨.

결산이 끝나고, 어딘가에 가만히 묻혀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계속된 야근에 나는 너무 많이 지쳤다. 얼마 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밖에서 방을 잡아서 혼자 잤는데, 그게 제법 낯설고 좋은 기분이었다. 호캉스 이래서 하는 거였나. 바스락거리는 이불, 혼자인 순간들, 나는 내가 낯설었던 순간 같은 게 자꾸 생각난다.

그 어떤 순간들은 영원히 내게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이번에, 섣불리 그런 순간들을 내가 너무 많이 만든 건 아닌지 후회하고 있다.

나는 평소에 자다가 너무 자주 깬다. 심할 땐, 대여섯 번씩 깨기도 하는데 그래서 항상 잠이 부족하고 피곤하고 그런 거겠지. 그래도 예전엔 주말이면 거의 반시체처럼 누워있거나, 열댓 시간씩 꾸준히 몰아서 자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러지도 않게 됐다. 몸이 회복 불가능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내가 내 몸을 함부로 쓰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을 닫고 살다가 용기 낸 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인데, 곧 다시 방전되는 건 아닐까 그게 다시 무섭다. 마음을 닫기 전에, 마음을 다쳤다. 상처가 벌어지고, 내 많은 마음들이 피처럼 새어나간다. 나는 텅 빈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