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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거 있잖아. 버스가 너무 안와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 순간 버스가 오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라고 쓰면 내 마음이 결정될까. 그럴 수만 있다면, 너에게 뭔가를 보내고 싶어지는 밤이다.
퇴근하고 잠실에서부터 뚝섬유원지를 거쳐, 집으로 가고 있다. 두시간이면 집까지 걸어 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세시간쯤 걷고 있고, 날이 너무 좋고 바람이 선선해서, 문득 완벽한 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걸을까, 집에가서 혼자 술을 마실까. 고민했던게 무색할 만큼 노을이 너무 예뻤다. 오늘 하늘은 그 무엇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만큼 너무도 아름다웠다.
홀로 한강변에 쪼그려 앉아 저녁이 되어 가는 모습을 정말 오래도록 봤다. 떠 있는 해가 노을이 되어 밤으로 사라지는 일. 뭔가가 저물어 가는걸 뜬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은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저물어갈 때, 우리의 풍경이 이만큼 예쁠 수 있다면, 누군가와 또 어떤 끝에 오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친구들에게 요새의 내 나쁜 상태에 대해 이제서야 고백했다. 사실 2주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괜찮은 척 했는데,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못했다. 어떤 순간들은 끊임없이 나를 되돌려, 반복해서 재생됐다. 나는 원망스러웠다가, 후회하기를 반복했다. 나쁜 마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매일매일 숱하게 부서졌다.
지금 이 모난 마음들이 조약돌처럼 마음이 둥글어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내게 필요한걸까. 얼마나 많은 파도가 내 안에 밀려와, 내게서 부서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나는 내가 부서지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 모두가 함께 화내주고, 나 대신 욕도 많이 해줬다. 이제 나도 곧잘 욕을 하게 됐다. 내 불안한 상태에 대해 고백하는 것도 할 줄 알게 된 걸 보니, 나는 내가 좀 큰 것 같기도 하다. 서른여섯이라도 커도 되는거라면, 나는 정말 많이 크고 싶다.
밤을 헤메다가 집에 돌아와서 진토닉을 엄청 진진진진진하게 타서 마시고 있다. 나는 진토닉 진짜 좋아해서, 옛날부터 집에 진 한병은 꼭 쟁여 뒀었다. 근데 고작 한 잔 인데 벌써 취했나. 너무 진진진진하게 탔나. 진한 마음들이 내게 남는다. 지난 마음들이 내게 남아있다. 그냥 아무말이나 하고 싶다. 아무나 붙잡고 울고 싶다. 아무나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두가 다른 말을 한다. 내가 노력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그게 사람을 계속해서 망가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