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날씨와 내가 접속사로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날씨 그리고 나라던지. 날씨 그래서 나라던지. 아무튼 날씨도 요즘에 나처럼 널을 뛰기 시작했다. 무심코 눌러본 뉴스 기사에서, 5월 하루 최저기온이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고 했다. 어쩐지 5월인데 아침에 너무 춥더라니. 끝나길 바라던 봄이 끝나지 않고 있다. 하늘은 매번 나한테 너무 무심한 것 같다.

불과 어젯밤에는 날씨 좋다며 팔랑거리며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아침 출근길엔 하늘이 이상할 만큼 깜깜했고, 회사에 들어서자 비가 폭우처럼 쏟아지고 돌풍이 불었다. 갑자기 여름 장마가 오기라도 한 듯 쏟아졌다가 또다시 맑아졌다. 날이 봄인가 여름인가 한다. 내 맘처럼 정말이지 너무 오락가락한 것 같다.

많은 일들이 마치 봄처럼 갑자기 왔으므로, 나는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근데 유독 올해 여름이 늦장을 부린다. 나는 몇 주 째 환절기를 계속 앓는다. 아직도 짧아지지 않는 밤이 원망스럽다.


길었던 밤이 짧아지는 여름이 오면, 무성한 잎처럼 자라난 내 마음들도 반팔처럼 짧아졌으면 좋겠다. 봄이 길어지자, 처음부터 제멋대로 자란 마음들이 기어이 웃자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웃자라 약해지고 싶지 않다. 쓸모없는 감정들이 내 안에 무성하게 자랐다. 하지만, 그러나, 그리고, 그래서, 나는 우거지지 않을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