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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라 어제 밀양에 내려와서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출발한 지 두 시간 반이 넘었고, 아직도 두 시간은 더 올라가야 하는데, 어딘가에서 사고가 났는지 차가 갑자기 막히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는 칠흑처럼 어두운데, 차량 뒤꽁무니에 달린 붉은 불빛들만 도로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빨간 불빛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어딘가 붉은 위험들이 도사리는 밤. 어쩐지 두려워 겁이 나.
사실 나는 겁이 정말 많다. 그래도 면허는 2년 전에 어떻게 따긴 했는데, 너무 당연하게도 지갑 속 한자리를 차지하고서, 본인인증 수단으로만 전락한지 오래다.
내가 겁이 많은 까닭은. 내가 거리 감각이 남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맨날 뭐에 물린 줄 아는 왼쪽 볼에 남아있는 흉터는, 초등학교 때 길을 걷다 트럭에 부딪혀 찢어진 것인데, 이렇게 말하면 교통사고 같겠지만, 사실은 앞을 잘 보고 걷다가 왼쪽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에 스스로 얼굴을 갖다 박은 것이다. 나는 분명 트럭을 피해 걸었고, 트럭은 내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나는 그 뒤로 내 눈에 보이는 거리를 믿지 않게 됐다.
그래서 차량 사이드 미러마다 적혀있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가장 무서워하게 됐다. 이 말은, 볼에 남은 흉터처럼 내게 새겨진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볼을 꿰맬 때, 내 안에 이 불안을 넣고 봉합한 것은 아닐까. 내 불안은 사람 사이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나는 네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멀어지는 것도 잘 몰랐다. 모든 것은 거리 감각이 떨어지는 내 탓이었다. 가까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한 번도 가까웠던 적이 없던 건 아닐까. 너는 내 마음에 어디까지 왔다갔나. 또 어디 숨었나. 맘에 안들어 갔나. 나나나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