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이상하리 만큼 바쁜 것 같다. 회사에서 오래도록 밀려있는 업무들은 도대체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에서 아마도 내 자리가 제일 더러운 것 같다. 아니. 원래 내가 제일 더러워.

이제는 서류들이 양옆에 앞에 뒤에까지도 모자라, 바닥까지 쌓여있다. 이 정도면 나 몰래 서류들끼리 새끼라도 치고 있는 거 아닐까. 쌓여있는 서류들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이러다 어느 날 내가 그냥 질식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살면서, 단 한 번도 일 못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오래도록 일이 밀려있으니까 정말이지 너무 괴롭다. 나는 착하고 일 못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내가 그런 인간이 된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됐을까. 왜 나는 매번 나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늘 밀려있는 일이 있는 상태로 지내온 게 일 년은 훨씬 더 된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일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 마음이 편해질까. 인정하면 정말 모든 게 편해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당신이 인정하면, 내가 편해질 수 있는지도 정말 잘 모르겠다.

마음이 소란스러워 야근을 못하고 회사를 2주간 그냥 박차고 나왔더니, 안 그래도 밀려있는 업무가 또 밀리고, 나는 내가 못난 인간이 된 것 같아 괴롭고, 그래서 또 마음이 소란스럽고, 또 일을 못하고,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굴레에 빠져있다. 나는 이번 생을 윤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주말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어쩐지 정말 조금 가엾다.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 회사에 있는 게 조금 많이 괴롭다. 건물 안에 있으면, 도통 마음의 볼륨을 조절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내 마음에 나조차도 손을 댈 수가 없다. 속이 너무너무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누군가 내 마음의 볼륨을 최대로 올려놓은 것 같은 기분들만 끝없이 계속된다. 나는 나를 끝없이 윤회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또 다시 아무도 내게 손을 대지 말아 주었으면 싶은 때가 있는 거겠지. 내가 요새 그런 것처럼. 허나 사람의 속내란 어째서 이렇게까지 이중적인 것일까. 아무도,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기분이 들 때, 네가 내 마음에 손을 대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