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이상한 꿈이었다. 지우겠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이렇게 꿈에 나타나 선명해진다. 이건 정말이지 반칙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되려 무의식에 더 가까워지는 것 일까. 간신히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여기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더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내 무의식은 죄책감이 없다. 그래서 정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때문에, 이렇게 꿈에서 내 무의식이 제멋대로 날뛰는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부도덕한 사람인지, 얼마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도덕적인 척 하는 부도덕한 사람이고, 쿨한 척 하지만, 쿨 하지 못한 사람이고, 선명한 척 하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흐릿한 사람이다.

오늘 꿈에서 깨어날 때, 나는 내 마음의 끝을 봤다. 나는 이런 식의 꿈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이면의 마음들을 이런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이렇게 불분명한 나를, 나조차도 확인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내 마음을 깊게 들여다 본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떠났다. 그래서 나 역시도 나를 모른척 하고 싶다. 또 다시 내가 모른 척 한다면, 다만 아무도 떠나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