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갑자기 메신저가 왔다. 중간 직급이 되고부터 이렇게 뜬금없이 얘기 좀 하자는 그 말이 가장 무섭다. 나한테 얘기 좀 하자는 건, 백이면 백 그만두겠다는 말이니까. 회의실로 들어가 이어진 말은 역시 그만두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월요일부터 완전히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어떤 죄책감이 그림자 처럼 내게 따라 붙었다.

나는 내가 일이 너무 바쁘고, 또 최근에는 내 상태가 너무 나쁘다는 이유로, 아니 사실 모두가 내게 있었던 일을 묵인한게 아닐까라는 어떤 원망으로, 아래를 전혀 돌봐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그 때문은 아닐까. 사실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했다.

벌써, 내 밑으로 이렇게 떠난 사람들이 여섯명쯤 되는거 같은데, 아꼈던 사람들이 떠난다고 말 할 때 마다 마음 한 켠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아니, 아직 무너질 마음이 남았나. 나는 아무래도 좋은 상사는 절대 못되는 것 같다.

그 말을 듣고부터, 내내 약간 패닉상태였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건물 밖에 나가 현관을 서성거렸다. 근데 한편으론 정말 나쁘게도, 내가 먼저 그만둘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자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고, 내일은 또 화요일이었고, 나는 충동적이 됐다.

그래서, 갑자기, 회사에 말했다. 나는 그 어떤 경우에서도 울면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어릴때는 나도, 억울하거나 부당한 일을 누군가에 말해야 할 때는 눈물부터 뚝뚝 흘리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정말 어릴 때 이후로는 그러지 않았다. 우는 것은 내 의견을 피력하는데에 그 어떤 도움되지 않을 뿐더러, 내 감정만을 앞세워 이야기 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감정에 호소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크고 나서는 절대로 울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어이 울었고, 나는 내 손발이 이렇게까지 떨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바들바들 떨던 손발이 두려움이었는지, 불안함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시나무 처럼 떨던 손발이, 아직도 마음을 흔들고 있다.

잘 한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용기를 낸게 맞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마음이 편해졌나. 그것조차 잘 모르겠다. 겨우 이야기를 끝내고 마음을 추스리고 자리로 돌아오니, 친구가 뜬금없이 요즘 내가 괜찮은지 걱정된다며 소고기를 보내줬다. 너무 걱정할까봐 친구에게 내 일을 제대로 고백도 하지 못했는데, 내가 이렇게 못난 사람인데, 이상하게 사람 복은 진짜 많네. 그래서 또 눈물이 났다.

나 요새 진짜 많이 운다. 서른여섯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언젠가부터 정말로 너무 울지 않아서 나는 내 감정의 변화가 무뎌진건 아닐까 싶기도 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감정들은, 오래되어 무뎌진게 아니라, 이미 무너져있었다. 내가 그걸 지금 알게됐다.

어떤 슬픔들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져, 나를 더 슬프게 하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졌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