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다시 쓰고 싶긴 했지만, 사실 매일 일기를 쓰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매일 꼬박꼬박 일기를 쓰고 있노라니 나 글 진짜 못쓰는구나 싶다. 점점 내 밑천이 드러나는 기분이다. 아니 나한테 글쓰는 밑천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했었나. 애초부터 없는 밑천이 다 떨어져간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었나. 나는 내 안에 가둬놓은 말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쓸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쓱쓱 써내려가는 기분이다. 어쨌거나, 다행인건 아직까지는 억지로 쓰고 있지는 않은데, 다음날 다시 보면, 써놓은 일기들이 왜 이렇게 못났나. 싶은거지. 무슨 자신감인가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다행일까, 오늘은 화요일임에도 기분이 괜찮았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은 사람에게 얼만큼의 위로나 위안이 되는 것일까. 왜 복두장이가 대나무 밭에가서 임금님 귀가 당나귀귀라고 외쳤는지 알 것만 같다. 무작정 털어놓는 다는 것, 그게 때로는 답지 않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