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 Tue | Wed | Thu | Fri | Sat | Sun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지난 금요일, 마음이 게을러서 도서관에 다녀오지 않았다. 주말동안 읽을 책이 없어서, 퇴근 직전, 동료쌤이 빌려와 자리에 꽂아두던 책을 내가 다시 빌려왔다. 어쩌다보니 나는 중고등학교때 이후로 일본소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지냈는데,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스무살 이후로 그 언젠가부터, 소설에는 손을 잘 대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나는 우리나라 소설에 더욱 인색하게 굴었다. 사실 여기에 다른 이유는 없었고, 다만 내가 남의 감정에 너무 쉽게 이입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랬다. 누구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은 언제나 나 같았고, 내 주변사람들의 일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남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요즘,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싶고, 또 누구도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나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괴롭히고 싶은 순간이 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잔뜩 빌리는 버릇이 생겼다. 꼭 언제나, 부러 일곱여덟개의 단편이 묶인 모음집을 고르는데, 사실 나는 장기간, 어떤 사람의 감정을 지켜볼 자신이 없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껏 실제의 사람을 피해 소설 속으로 도망가서, 여기 어디 있을 법한 사람을 만난다. 하루에도 열댓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 나보다 더한, 그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겪는다. 그때마다 마음이, 단박에 소란스러워진다. 요즘 나는 너무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래서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다.
어젯밤에는 갑자기 청산별곡의 마음이 되어서, 올사람도 갈사람도 없는 그 밤은 또 어찌 해야할지 몰랐더랬다. 마음이 얄라리 얄라해서, 새벽 늦게까지 메신저를 켜놓고 놀다가, 컴퓨터를 끄고 자장가를 틀어놓고도, 바로 잠들지 못해서 결국엔 빌려온 책을 집어들었다. 어릴적 좋아했던 작가의 단편 소설인데도, 그 책이 쉽사리 읽히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그래도 기어이 책을 꾸역꾸역 읽다가 잠이 들었다. 헌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보니, 읽었던 책 내용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이 남자였다는 사실조차, 다시 책을 펴보고 알았을 정도로.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건지, 이미 내 안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더는 내 눈에 담을 수가 없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나는 또, 보고 말았다. 그래서 눈이 맥쩍게 아프다. 눈이 아파서, 또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나는 아직까지도 네게서, 낮에도 밤에도 지지않고 피어있는 꽃인 것 같다. 내가 네게서 대체 언제까지 지지 않고 피어있어야 할까. 네가 이제 그만 나를, 꺾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로 너를 만날 때마다, 나는 너무 아프고, 그래서 미안하고, 심지어 화나는 마음까지 내 안에 소담스레 피어난다. 판도라는 도대체 왜 상자를 열었을까. 나는 왜 그 호기심을 참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호기심천국이란 SBS에만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쓸데없는 호기심은, 언제나 천국이 아니라 지옥에 가깝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