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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벽면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좋게 말하면 심플한거고, 대충 말하자면 너무 대충대충 생겨먹은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완전 싸구려처럼 생겼다. 그리고 사실, 완전 싸구려다. 시계의 출처가 다이소 천원샵에서 파는 2천원짜리니 말다했다. 그래도 성능은 나쁘지 않아서, 저 벽에 붙어 있은지도 벌써 2년하고도 8개월이나 되었지만 아직까지 고장 한 번 안났다. 그래. 시계는, 시간만 틀리지 않고 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제발 좀 시간이 틀려서,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아니. 조금만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시계 앞의 유리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신경질적으로 눌러끄는 알람 시계보다도 더 가벼운 벽시계는 태어나 처음 봤다. 그보다도 세상에 이천원짜리 벽시계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더욱이 감탄했다. 세상이 좋아졌다. 벽에 못 하나도 마음대로 박을 수 없는 서글픈 사글세 세입자에게는, 제한 하중이 0.5kg도 안되는 흡착고리로도 벽시계가 떨어지지 않으니, 어쩌면 그 벽에 그 시계가 제격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 자리에, 그게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이 아프다. 아니. 여기가 제격이다. 네가 떠나도 나는 여기에, 이 벽에 걸린 시계처럼 꼼짝않고 붙어서, 네가 내 삶에서 시계방향으로 밀려나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지내야만 한다.
언젠가 나는, 자려고 할때마다, 그 시계의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저건 분명히 싸구려라서 그럴거라며 공연히 밤이면 밤마다 구시렁거리며 시계 탓을 했다. 그때엔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너무 뾰족해서, 그래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요즈음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집은 무섭도록 고요해졌다. 내겐 요즈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마음만이 소란스럽다. 이제는 흘러가는 시간의 초침소리를 짐짓 모른체 하는 내가 너무 무섭다. 지나치게 습한 밤, 공기를 잡아 비틀어 꼭 쥐어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밤에도, 메마른 내가 거기 있다. 밤마다 나는, 마음이 갈라진다. 지금 여기, 가뭄이다. 불면은 하루걸러 하루씩, 나를 찾아온다. 그래도 시간은 매일매일 틀림없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