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로, 지독하게 습한 여름인 것 같다. 이런 날씨가 창밖으로 계속되는 때에, 지하 셋방에서 빨래를 돌린다는 것은, 정말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용기가 필요한데, 이건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용기라는 사실이 아주 가끔 서글플 때가 있다. 빨래가 꾸덕꾸덕 마른다. 건조대에 걸린 빨래들이, 바닷 바람에 말려지는 반건조 오징어 같다. 삶은 왜 마른 오징어가 아닐까.

이제는 여름 장마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우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오래도록 비가 오는지 모르겠다. 대충 일주일만 잘 견디면 될 줄 알았더니, 첫장마가 시작한지도 벌써 4주나 되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같이 비가 쏟아진다. 매일같이 그 어떤 공간에 갇혀서, 이제는 그 어떤 오기로 아득바득 이 장마를 버티는 기분이 든다. 매일 밤 덮고 자야하는 솜이불이 너무 누지다. 나는 아침마다 추진 몸으로 일어난다.

덕분에 내가, 매일매일 물 먹은 솜처럼 변해간다. 하루를 버틸수록, 마음은 더욱이 무거워진다. 내 무게에, 온통 내가 짓눌러서 내가 자꾸 짓무른다.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무겁다. 그래서 자꾸만 내 삶을 여기에 내려놓고 싶어진다. 내가 짊어질 수 없는 무게의 삶이, 비를 맞는다. 그래서 다시 또, 삶은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