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새벽 네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다. 그러자 마치 내가 잠이 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모기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이건 정말 공습이었다. 귓가에 바짝 다가와 애앵대는 것이, 꼭 공습경보가 방안에 울려퍼지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짜증스럽게 일어나 두어번 허공에 박수를 쳤으며, 결국엔 그 두손으로 온몸이 벌게지도록 긁었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나보니, 몸 군데군데에는 빨간점들이 쪼로록 생겨났다.

또 며칠 전에는, 우리집 골목의 건너편 집이 퇴근하고 돌아와보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고작 반나절 사이에 집 한채를 무너뜨려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더니, 또 다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침 여섯시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땅을 파는 소리와, 바닥이 무너지는 소리와, 육중한 기계의 엔진 소리 같은 것들이 덜덜덜 쉬지 않고 들려왔다. 모기의 습격과 때아닌 공사의 습격으로, 나는 서너번도 더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 잠을 잔건지 만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출근했다. 오후에 뜨거운 뙤약볕 아래, 나는 종종 눈앞이 깜깜해져 머리를 짚었다.

어제 낮에는, 내가 괜히 이렇게 좋은 날씨 탓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다더니, 우연찮게 학교 건물 복도에서 만난 소모임 오빠가 저녁이나 먹자길래, 퇴근하고 만나서, 장장 다섯시간 반 동안이나 수다를 떨고 밤 열한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별 것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얼마나 쉴새없이 조잘댔는지, 돌아오니 목이 따끔하게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좀 일찍 잘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또 나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새벽 네시반 쯤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이틀을 연달아 또다시 세시간도 못잤다. 나는 더 자고 싶어서 한참을 버둥대는데도, 달아난 잠이 집나간 며느리마냥, 돌아오지 않아서 결국엔 이렇게 일어나 청승맞게 기대앉았다. 그러쿠나. 무서운 쿰을 쿠었구나. 아니요. 간밤에는 아무런 쿰도 쿠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왜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다. 나는 무언가 나를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잠에서 스르르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요즘 정말로, 어디에 홀린 것만 같다. 시간이 뭐에 홀린 듯이 간다. 여름철이면 돌아오는 납량특집처럼, 내가 구미호에 홀렸나? 정신없이 산다. 그래. 이게 다 간 때문이야. 그런데요. 용왕님, 제 간은 바위틈 깊은 곳에 숨겨두고 왔어요. 깊은 산 속의 토끼는 내게 와, 물만 먹고 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