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월요일 밤부터 여름 휴가를 떠났다. 이렇게 금요일이 오기까지, 너무 많은 밤이 내게 있었다. 나는 약속했던대로, 매일매일 힘들지 않은 밤을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엔 이 방에는 나 혼자였기 때문에, 나는 단 하루도 발편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밤 쇼파에 인형을 베고 왼쪽으로 누워서 겉잠을 잤다. 곰인형의 오른쪽 다리는 날로 날로 납작해졌다.

잠은 하룻밤 사이에도 몇 번씩 쪼개지고, 쪼개졌다. 그때마다 내가 꾸던 꿈도 함께 조각나서 빈방에 흩어졌다. 꿈이 깨질 때마다, 내 꿈속에서만 어두운 속내를 드러내던 마음들도 깨져나갔다. 조각난 마음들이 빈방에 흩어지면, 나는 내 시꺼먼 속을 밟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그래도 가끔 어떤 새벽에는, 마음의 파편이 발에도 밟히고, 눈에도 밟혔다. 밤이 자꾸 발에 박힌다.

또 며칠동안은 내내 장대비가 내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 어딘가는 무너져 있었고, 또 누군가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나도 가끔, 무너졌다. 마음이 거센 빗물에 휩쓸려서 어느밤을 둥둥 떠내려갈 때마다, 나는 누구라도 빗물에 휩쓸려와서, 누구라도 여기에, 내 곁에, 소리내어 있어주길 바랐던 밤이 있었다. 사실, 오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