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전할 때마다, 나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뭔가를 사게 된다. 마음이 심한 공복상태가 된다. 자꾸만 허기가 진다. 나는 내 속이 이렇게 텅 비어버린 상태를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뭐라도 좋으니까, 그 어떤것이라도 좋으니까, 무엇이든 사들이거나, 무엇이든 입에 넣어서라도, 내 속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 같다. 사실 그 어떤 물건으로도, 달고 맛있는 음식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질리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정말로, 나는 이 마음이 통째로 빠져나간 것만 같다. 마음이 자꾸 빈 방이 된다. 내가 아무리 두드려도, 이 방에서는 또 아무도 소리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온종일, 틈틈히 쇼핑몰 사이트를 열어서 자꾸 장바구니로 뭔가를 채워넣는 내 손가락을 달래느냐 애를 먹었다. 공인인증서를 담은 USB를 학교로 가져왔더라면, 내일부터 집으로 마음의 방을 채울 온갖 것들이 배달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자모기향, 아오리 사과, 지구본, 햇고구마 한박스, 열쇠고리, 믹스너트, 바디로션, 따위가 장바구니에 가득찼다. 심지어 나는 견과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내가 종일 채운 장바구니에는 믹스너트가 제일 처음으로 들어가 앉아있었다. 예전에 언젠가는 아직도 그 먹는 방법을 모르는 정체불명의 바나나 가루로만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적도 있었다. 결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요하지 않은 뭔가가 자꾸 갖고 싶다. 아니 정말 필요한 뭔가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 빈방에 무엇도 채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다가, 홀리듯이 가게에 들어가 피어스를 두개 샀다. 금색과 검은색이 박혀있던 자리에, 이렇게 반짝이는 것이 들어섰다.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마음이 반짝 하고 좋아지는 것도 같다. 자꾸만 나는 이렇게 반짝이는게 좋아진다. 결국에는 나도 이렇게 늙어가나보다. 나도 역시 나중에는 보석알이 동전만하게 박힌 반지를 탐내겠지. 내가 나날이 탐욕스러워진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끼를 부리나. 커다란 보석 반지를 갖고 싶다. 그 어릴때 정말 좋아했던, 딸기맛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