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 | Tue | Wed | Thu | Fri | Sat | Sun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오전에 뭘 찾는답시고 가방을 뒤적거리다 보니, 집 열쇠가 가방안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집 열쇠를 그만 또, 두고 나왔다. 오늘은 몸이 너무 아파서, 근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전자렌지에 돌려 해동시킨 떡마냥 의자 위에 퍼져있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열쇠를 두고 나온 덕분에 언니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게 생겼다. 약국에서 제일 독하다는 진통제를 벌써 네알이나 먹었는데, 도통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약이 듣지 않는다. 배고 허리고 그냥 다 찢어지는 것만 같아서, 나는 달마다, 내가 차라리 찢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나는, 집 열쇠처럼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곧잘 빠트리고 나온다. 또 곧잘, 무언가를 아주 쉽게 잊는다. 정말로 내 삶에서 중요한 그 무엇을 자꾸 빠트리고 사는 것만 같아서 불안한데, 지금 그보다 더 불안한 것은 도대체가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빠트리고 여기까지 온 것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금도끼였나. 은도끼였나. 쇠도끼였나. 욕심부리지 않고 사실대로 고백하면, 정말로 그 도끼들을 내게 모두 다 줄까. 정말로 언젠가는, 다 가질 수 있게 될까.
다른집 자식들은 엄마에게 오메가 3며 비타민이며 갖가지 영양제들을 챙겨주고 그런다는데, 나도 그러지는 못할망정 엄마집에 가서, 혈액순환이 안된다며 엄마가 사놓은 달맞이꽃유 한통을 빼앗아 온 적이 있었다. 헌데, 하루 세번 아침 저녁 저녁으로 한알씩 챙겨먹지 않은지도 벌써 꽤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꼭 한번씩은 빠트린다. 또 나는, 이제 그만 하지 않아도 될 일들, 아니 차라리 종종 빠트리는 것이 몸에 이로운 일들만 것들만 골라서, 매일매일 내 안에 빠짐없이 챙겨넣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마음에도 이상이 생긴다. 나는 매일 괜한 짓을 한다. 어제는 정말, 괜한 짓을 했다. 헌데, 믿었던 쇠도끼가 어제처럼 발등을 찍을 때에도, 나는 내가 빠트린 것이 쇠도끼라 말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서는, 몸도 마음도 다 너무 아파서 오늘 저녁에 있을 약속을 아프다며 취소하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다. 저녁에는 누구도 만나기 싫은 때에, 내가 가장 만나기 싫어하는 남자를 만난다. 나는 너를 만나는 것이 정말로 너무 부담스러운데다가, 아무리 보고 싶어 벼르던 영화라고 하더라도, 너와는 절대로 같이 보고 싶진 않은데, 차라리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영화만 딱 보고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취소하지 않고 나가기로 했다. 다른 날로 미루면, 영화가 끝나고 커피나, 술이나, 여튼간에 무언가를 핑계로 마주앉아 시간을 보내야 될 게 분명할테니까. 내가 사실 이렇게 못되먹었다. 네가 예매했다고 하는 그 영화값은 9천원, 영화를 네게 얻어보면 언젠가 그만한 것으로 갚아야 할 것만 같은, 진짜 마음에 빚이 생길거 같아서, 잔돈으로 마련했다. 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못되쳐먹었다. 진짜 이만하면 정말 알아들을 때도 된 것 같은데, 도대체가 사람을 몇번씩이나 끈질기게도 찍어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찍히는 내 마음에는 상처만 남는다. 나는 자꾸 나를 감싸고 돈다.
세상에, 이 도끼도 저 도끼도 믿을 것이 하나 없다. 차라리 내게 찍힐 발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도끼를 빠트린 것은, 금도끼나 은도끼가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도끼를 버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근데 애꿎은 산신령이 나타나서, 이 도끼가 네 것이냐 묻는다. 그러나 여기, 내것이라 말할 수 있는 도끼는 아무것도 없는데, 산신령은 공연히 나타나, 내 발등을 찍을 도끼를 세개나 안겨주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