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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사람인지 사랑인지 모를 것들로 지어진 모래성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을, 모래처럼 조금씩 끌어모아다가 한무더기로 쌓아올려 놓고 보면, 내가 그 마음을 잘 다듬기도 전에, 우리의 모래성을 다 짓기도 전에, 저 멀리서부터 파도가 서서히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당시의 파도는 잔잔했기 때문에, 그저 내 겉벽을 찰싹 때리거나, 내 마음의 극히 일부가 함께 쓸려나가는데 그쳤었다. 그렇게 종종 마음이 자주 쓸려나갔다.
우리 사이에는 잔잔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이렇게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내 마음의 표면에는 꾸준히 상처가 났고, 그것들은 가끔 작던 크던 내 안에 흉터를 만들었다. 또 아주 멀리 쓸려나가서, 되찾을 수 없었던 마음의 일부는 반드시 잃어버려야만 했다. 나는 가끔 내 자신의 일부가, 기억의 일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똑 떨어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파도는 높아졌다. 그바람에 쌓아올린 마음의 전부가 무너진 적도 있었고, 반년도 전에 집채만한 파도가 나를 삼켰을 때에는, 나는 거기서 내 전부를 잃고 사라졌다. 내 스물다섯이 송두리째 파도에 휩쓸려, 그대로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끝없이 멀어지는 나를 붙잡지 못했다. 끝없이 멀어지는 너도 붙잡지 못했다. 나는 스물다섯의 나도, 삶의 모든 의욕들도 함께 상실한 채 그저 나는 살아졌다.
어느날 갑자기,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이 모래사장 위로, 너와 내가 다시 밀려와 여기에 나타났을 때, 나는 더욱 많은 시간들을 끌어모아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데 아주 많이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꼭꼭 다졌다. 한달 두달 세달, 시간을 쌓을수록 그동안 마음이 다져질대로 다져졌다. 어느새 잘 빻은 마늘 같은 마음 때문에, 요즘에는 눈이 자주 매웠다. 네가 가고, 매운 눈물이 자꾸 났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내가 바닷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지어진 모래성인 줄 알았다. 더는 어떤 파도도 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삶의 위험이란 언제나, 사람이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있을때에 그 안심한 틈을 타고 찾아온다. 위험은 내가 안심한 사이, 세상의 끝에서부터 서서히 밀려 들어들어오고 있었다. 그걸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는사이 파도가 곁에 바짝 다가왔다.
갑자기 휘몰아친 거센 파도에, 끝내 몇달동안 다져놓은 마음들이 무너지고, 또다시 내가 파도에 휩쓸렸다. 애써 다져놓은 마음들이, 그토록 무방비했던 내 삶이, 또다시 내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여기서 사라진다. 내가 어디론가 떠내려갔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간 내가 지금쯔음 어느 바다를 헤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이 바다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여기엔 아무것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어느날 갑자기, 또 다시 파도에 등떠밀려 여기로 돌아오게 될지는, 그건 이제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갈지, 네가 돌아올지는, 이제 아무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원래 세상이란 요리보고 조리봐도 음음 알수없는 둘리인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