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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려는지, 하늘이 높아졌다. 올해는 정말 이렇다 할 여름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렇다 할 가을이 온다. 계절은 언제나 이런식이다. 멀어질 듯 가까워진다. 결국 사흘 전에는 처서를 넘겼다. 그러나 아직 울어야 할 귀뚜라미는 울지 않고, 애꿎게도 매미가 뒤늦게 찌르르 울 뿐이다. 나는 가끔 그 소리에 귀가 너무 따갑다.
여름 방학이라 통 붐비지 않던 학교는, 정말로 어느새 울창한 숲이 다 되었다. 어젯밤에 내가 일하는 데로 온 아쇼이는, 못본 사이 학교가 생태공원이 된 것 같다 말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학교가 울창해졌다. 누군가 못본 사이에 나무가 부쩍 자랐다. 내가 본 사이에도, 나무들은 부쩍부쩍 자랐을 것이다.
학교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요즈음 학교에는 송충이가 극성이다. 오늘 점심 시간에 바깥으로 나가며 본 송충이만 해도 자그마치 서른마리를 넘었던 것 같다. 나는 내 나이만큼 수를 세다가, 더 세는 것을 그만두고 말았다. 그것만 해도 이미 많다.
무심코 지나가는 사이에 혹시라도 송충이를 밟아 죽이게 될까봐, 요즈음 나는 땅바닥만을 보고 걸어다녔는데, 며칠 그러는 사이, 나는 나도 모르게 송충이의 이동수단이 되었다. 내가 송충이를 머리에 이고 말았다. 나무 위에서 잎을 갉아먹던 어떤 송충이는 내 사무실 책상위로, 학교 정문 바깥의 세상으로 건너 오고 말았다. 레테의 강을 건넜다.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 언덕길을 오르는 길에도, 여전히 나는 땅만 보고 걷기에 바빴다. 바닥을 총총총, 기어가는 송충이는 여전히 너무 많았다. 그러다 문득 이미 누군가에게 밟혀 허리가 끊어진 송충이들을 보고 흠칫 하는 찰나에,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짧게 징징 울었다. 꼭 일주일 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진동만큼 또 다시 울고 싶어졌다. 네가 흉터입은 잎이라 말했다. 나는 5분 있다 간다며 짧게 써서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때문에 바닥을 더 보지 못했다. 그러는 바람에 송충이의 허리가 여럿 끊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렇게 너와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안에 어떤 마음의 허리가 뚝뚝 끊어지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