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날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간다. 그때의 시한부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도, 해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뜨고 졌다. 그래서 나도 역시, 아무렇지 않게 밝아지거나 어두워졌다.

낮에는 학교에서 매미가 울더니, 오늘밤은 집 어느 벽 사이에서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했다. 이제는 낮과 밤이 모두 다, 엉엉 운다. 이렇게 울면서 헌 여름이 멀어져가고, 또 이렇게 울면서 새 가을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그러나 요즘 내게,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것이, 비단 계절뿐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나온 마음은 멀어지고, 또 새로운 마음이 여기,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