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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이 내일로 다가왔다. 어느새 여름 방학이 끝나고, 8월도 기어코 마지막 날에 접어 들었다. 며칠 전부터 크고 작은 업무들이 내게 밀려오고 있는데, 덕분에 나는 머리가 자주 지끈거린다. 누군가 방학동안 내 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가, 개강을 앞두고 보따리를 내 앞에다 확 풀어버린 기분이 든다. 이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보따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안에 하지 말하야 할 일은 없고, 온통 할 일 뿐이다.
여름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9월의 개강은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계절이라는게 마치 무 자르듯이 잘라놓고, 여기까지가 여름이고 여기서부터 가을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계절의 경계가 분명하다면, 그렇게 계절을 징그럽게 타는 나도 좀더 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내가, 맺고 끊음이 좀 분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분명히, 무 자르듯 뭔가를, 내게서 잘라내고 싶은게 있다.
나는 습관처럼, 새 달이 시작할 때면,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어지거나, 그 어떤 다짐을 하거나, 지금까지의 내 생을 전부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기를 아이처럼 소망하곤 했었다. 그러나 내게 이번 8월은 좀 달랐던 것 같다. 8월은 그랬다. 내 생은 온통 뒤흔들어지고 말았지만, 나는 새롭게 무엇을 다짐하기 보단, 내안의 그 어떤 다짐들을 잊어가야만 했다. 언젠가 새롭게 시작했던 일들은 이것으로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 달이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이 된 적 없는 8월의 마지막이 되었다.
그래서 9월, 이렇게 새 달이 온 것을 기념하며, 내가 또 무엇을 다짐하고, 또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9월, 또 새 달이 온다. 내게 일이 두두두두 몰려온다. 두껍아 두껍아. 헌달 줄게. 새달 다오. 아니. 새집도 주면 정말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