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안에 깊은 곳에서 숨어사는 내가, 언제나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한다는 걸 안다. 내안에 나는, 언제나 서로 다른 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매번 나의 입을 틀어 막는다. 나는 내가 말하지 못하게 한다. 가만히 내안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그 말도 안되는 어리광을, 끝없는 응석을, 내안에 볼멘 소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마음이 너무도 소란스러워 단 한순간도 견딜 수가 없다. 이제는 누구도, 그 아무도, 아니 나조차도 들어주지 않는 내안에 많은 말들이 자꾸만 깊은 산골짜기의 메아리가 되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절대 내안의 세상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말들이, 마음의 벽에 부딪힌다. 메아리처럼 또다시 내게 돌아온다. 부메랑처럼 상처가, 아니. 상처는 언제고 돌아온다.

나는 종종, 우여곡절이 이토록 까닭없이 많았던 삶을, 이만하면 잘 버텨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기서 더 버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내 속을 아주 까맣게 채울 때가 있다. 사실 나는 때때로, 잘 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내가, 거기서 더 크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지만, 이런식으로는 내가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래. 사실 내가 누구보다 속이 새카만 사람이다. 내가 살아온건지 버텨왔는지 모를 삶이 손가락 하나를 까딱 하듯 쉽게 쏟아질 때마다, 나 역시도 아무렇지 않게 마음이 무너진다. 나는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또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겐 미련하리만큼 착한 사람이 되고 말거다. 그래. 이제,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다. 그러니 나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