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이면 눈앞이 어슴푸레 흐려져도 좋을텐데, 이제는 그만 마음에서 침침해져도 괜찮을텐데, 어쩜, 그 돌아오는 새벽마다 모든 것이 이토록 분명한지, 매번 왜 이토록 생생해야 하는건지, 나는 내가 참 여지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는, 그 사이 마음이 너무 닳아버린 것만 같다. 내가 자꾸 누군가의 마음에 굴러다닌다. 어려웠던 마음이 쉽게 발에 채인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부쩍 내가 강가에 굴러다니는 자갈같다 생각했다. 나는 겉보기에 둥글고 반질반질하지만, 그러나 실은, 나는 닳고 마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