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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집안의 문 틈 사이로 외풍이 세게 불었다. 방의 창문은 붉은 커튼으로 드리워져 있었으나, 어딘가에서 자꾸만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몸을 잔뜩 옹송크리고는 대충 만 김밥처럼 이불을 둘둘 말았다가, 몇 번의 알람을 새벽종처럼 울게하고 나서야 곱송그린 몸을 조금씩 펴기 시작했다. 차츰차츰 잠의 옆구리가 터져, 돌돌말린 꿈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지난 밤, 나를 베고 또 베었던 한편의 대서사시 같았던 꿈들은, 이어지지 않는 짤막한 단편들이 되어 꽃분홍색 이불 위로 오소소 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 어떤 꿈의 파편들을 밟더라도, 이미 상처입은 발바닥이 무디다.
잠들기 전에 나는, 그 언젠가 우리가 가까웠던 시간들을 시계방향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잠들지 않은 밤이면, 몸과 마음 그 어디에서도 몇천마일은 멀어진 네가 정각 12시처럼 가까워졌다. 그러나 우리의 이 가까워진 관계는, 두 손으로 꼭꼭 눌러 뭉친 밥알 같아서 가까이 갈수록, 우리 중에 누군가는 분명히 으깨지고 뭉개졌다. 이제 우리는 찰기를 잃었다. 이제 더는 뭉쳐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제, 끈기를 잃는다.
출근길 아침에는 자연스럽게 입김이 불어졌다. 희뿌연 입김이 슉ㅡ하고, 뭉게뭉게 피어나는게, 꼭 담배 연기같다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득, "누나, 담배 피지 않아?"라며 내게 처음으로 담배를 권했던 아이가 생각났다. 잘 쓰지 않는 가방 어딘가에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주려다 버리려던 담배 한갑이 거기 구겨진 채로 있다는 걸 떠올렸다. 나는 요즈음 아주 가끔, 생각한다. 내가 뱉은 숨에서 나던 그 어떤 박하향을.
학교로 올라오는 길에, 건물 공사장 근처에 가을내내 고여있던 물이, 처음으로 얼어붙은 것을 보았다. 사실 나는 진짜 겨울이 오는 것이 너무도 무서웠으나,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구정물이 얼어 유리처럼 반짝였다. 그걸 보는 내가 예쁘다 생각했었는지, 더럽다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또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일지 더러워 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얇디 얇은 빙판길, 그 종잇장보다 얇은 빙판길에도 나는 미끄러져서, 세계의 끝 그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으면 했다. 조금씩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지는 네가, 원점이 되어 돌아오는 것만 같아서 자꾸 무섭다. 얼어붙은 기억의 빙판길 위에 미끄러져 내가 갈 수 있는 이 세계의 끝은 어딜까. 다만 여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