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나 못지않게 변덕스러운 겨울이다. 어떤날은 바깥으로 드러낸 손이 쨍쨍 얼어, 내 두손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뻣뻣해졌을만큼 추웠다가, 또 뭉근히 풀렸다가 하더니, 일하는 사무실 앞 작은 언덕에는 주책없이 개나리가 피었다. 작고 샛노란 것들이 가지에 드문드문 맺혔다. 이제까지 봄의 꽃이라 믿었던 그에게, 나처럼 몇 달을 더 손꼽아 기다릴 계절이, 열렬한 봄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나는 때아닌 배신감과 자잘한 환멸을 느꼈다. 그래 어쩌면, 내 생각과는 달리 계절이란 정말로 별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철을 모르는 꽃처럼, 나 역시도 철 없는 사람이고 싶다. 한번쯤 갖고 싶다 투정 부리면, 그저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날이, 투정이, 대상없는 어리광이 제철을 모르고 피어난다. 나는 아직도 철이 안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