깼다. 어젯밤에도 잠을 거의 못잤다. 사실 그제도 다르지 않았다. 불면이 온 것은 아니었으나, 다만 너무 늦게 잠들고, 자다가 서너번을 깨었고, 또 너무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오늘 새벽에는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1초가 아닌 1분, 잘못 눌렀다고 해도 내겐 너무 낯선 시간이었다. 그걸 보는 나는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저녁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해야만 하는 모든 일들의 마음만을 온 방에 다 펼쳐놓고서 열한시도 안되서 결국 일찍 잠에 들었다. 눈꺼풀이 단단했던 내 모든 의지를 덮었다. 그러나 잠든지 딱 두시간도 안되서, 눈을 떴다. 내가 이렇게 마음먹고 일찍 잠들었을 때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잠을 깨운다.

헌데 잠에서 깨고 보니, 속이 너무 안 좋다. 오늘 먹은 것들이 내 안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기분이다. 내가 자는 사이에 누군가 빨간 망토를 쓰고 다가와 내 뱃속을 열고 돌을 채워 기워놓기라도 한걸까. 속이 무겁다. 이러다 이게 뱃살이 되는건 아니겠지. 문득 나는 그런 걱정이 들었다. 몸무게를 재지 않은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요 몇달간 내 체중이 제멋대로 불었다가 줄었다 하는 것을 안다. 나는 일정한 수치를 유치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요즘에 나는 잗다란 고민이 많다. 하나같이 전부 잘고 시시하며 대수롭지 않은 고민들인데, 그 잘디 잘은 것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짝을 지어 번식한다. 더해지고 더해져 어느새 굵다란 고민들이 되었다. 당장에 도사님을 찾아가 무릎이 닿기도 전에 고민 해결!을 외치고 싶지만 누구를 만나,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 안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러나, 나는 해결책을 찾고 싶다. 그러나 그 책이 도통 내 안의 어느 서가, 어느 코너에 꽂혀있는지를 모르겠다. 내안의 책 겉표지에는 글자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아서, 일일히 펼쳐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가 자꾸 내 속을 이렇게 뒤집는다. 그러나 지나간 이야기의 페이지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면 나는 쉽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기어이 주저앉아서 그걸 다 읽고 마는 것이다. 정말이지, 자해가 따로없다. 그래서 나는, 이름표를 붙이고 싶다.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주면 좋겠다. 이름표를 붙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