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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될 수 없다고 믿었지.
2012년 01월 26일 오전 01:01

며칠 전부터 줄곧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즈음 내가 아는 글자들을 꽁꽁 싸매어 가지고 다니다가, 어딘가에 통째로 떨어트리고 온 것만 같다. 적어놓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에 맞는 적당한 글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글자가 제 눈에 차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는 무심코 핸드폰 메모를 열었다가 너무도 당황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온통 마침표가 없는 문장들이, 문장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 화면에 가득 차고 넘쳤다. 그 중에서 맺어진 문장은 아무것도 없었다. 때문에 나는 앞으로 그 어떤 끝맺음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우 손가락 하나로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에 눌러 적은 글자들은, 그 무게가 너무나도 가벼웠다. 받아쓰기를 하던 공책처럼 꼭꼭 눌러쓴 흔적이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이 역시도 마음까지 와서 닿지 않는다. 정수리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내 몸 구석구석을 떠돌던 것들이, 퇴적물이 되어 핸드폰 메모에 쌓일대로 쌓였다. 검지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가볍게 밀면, 마법처럼 글자들이 사라졌다. 이미 퇴적암처럼 다 굳어진 것들을 떼어내면서, 나는 모든 것이 다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말을, 글자들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Louise Bourgeois, Untitled (Horizontal), 1996, Lithograph, 49.5 x 63.5 cm, Derriere L'Etoile Studios, New York, United States of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