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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야 하는데 여전히 앞이 부옇다. 시간이 만들어 낸 침전물들이, 그 오랜 시간을 두고 겨우겨우 가라앉았던 것들이, 다시 떠올라 내 안에서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장마철의 강물처럼 흐려졌다. 이제 겨울도 코 앞인데, 나는 왜 이렇게 장마철같은 사람이 되었을까. 끝내 수면으로 떠오른 기억들, 이 틈을 타고 흘러들어온 생각들, 잔뜩 흐려진 내가 도통 맑아질 줄을 모른다. 흙탕물 같은 나, 수심이 깊어진다.
이미 지난 과거를 헤메이는 일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를 알지만, 그 앙금같은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내 기억들은 내 속에서 앙금처럼 서서히 가라앉다가, 단단한 암초가 되버린 것 같다. 오래된 기억이 너무 단단해졌다. 나는 마치 조난당한 난파선처럼 기어이 거기 가서 자꾸만 부딪히고 깨지기를 반복한다. 단단한 기억과 물러진 나, 문득 시간을 무를수만 있다면 전부 다 무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잠을 자꾸 설친다. 원래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고 했는데, 아니 이건 많아도 정말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다 다른 사람같다. 나는 이따금씩 술에 많이 취했을 때면, 연인에게 여러번 전화를 거는 습관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내 술버릇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었을 때에, 너는 내가 전화를 끊고 다시 걸 때마다 마치 다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말을 하는 목소리도, 감정의 상태도 전부 다른 전화를 받는다고 했던 말들이 내게서 떠나지 않는다. 모두 이렇게 자신의 속에 여러사람을 두고 사는 걸까. 나는 내가 이미 여러개로 부서진 것만 같아. 내가 여러명인 것 같아. 과거가 조난 신호를 보내고 있잖아. 부서진 나를 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