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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척이는건 내가 물기가 많은 사람이라서 그래.
2021년 05월 20일 오후 11:05
어쩐지 요즘 너무 바쁘다. 부쩍 약속이 많아졌다. 이렇게 누군가와의 약속들로 점철된 삶이 좋기도 하고, 촘촘한 일정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다 깨트린채로 조금 쉬고 싶기도 하다. 나도 이제 집순이가 다 되어버린걸까. 자꾸 안으로 돈다.
사실 회사만 다녀오면 진이 빠진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을 먹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달래고 달랜다. 퇴근길에 어딘가에 내려서 걸어서 집에 오지 않으면, 집에와서 꼭 한시간을 힘내서 걷는다.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에서 오는거라고, 그러니까 건강해야한다고, 누가 나한테 그랬더라. 나는 네가 한 말 같은 건 이제 다 잊었다. 하지만 건강해야 한다는 말 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건강해지려고, 건강해져보려고 한다. 나는 요즈음 내가 나를 너무 유기하고 있다는 걸 안다. 나를 유기할 수 있는 것도 나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를 너무 오래 유기하지는 마.
건강해지는 것의 일환으로, 오늘은 처음으로 그릭 요거트를 만들었다. 처음 만들었는데 결과물이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다. 유청을 거르는 일, 면보에서 끝없이 유청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서, 내 안의 어떤 질척거리는 마음들도 이렇게 걸러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너무 꾸덕하고, 되직한 마음들만 내게 남을까. 하지만 나는 늘 너무도 습기가 많은 사람이잖아. 물기없는 내가 되고 싶다.
Roy Lichtenstein, Collage for nude with white flower, 1994, Tape, painted and printed paper on board, 78.1 x 61 cm, Basil and Elise Goulandris Foundation Andros, Gre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