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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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하나인데 옷은 백여개.
2021년 05월 23일 오후 10:05
저녁을 먹고, 겨울옷을 정리했다. 6월을 코 앞에 두고 겨울옷을 이제서야 정리하다니, 이건 늦어도 너무 늦었다. 드디어 밀린 겨울방학 숙제를 다 한 기분이다.
옷방에 들어갈때면, 선반위에 쌓여있는 니트들과, 옷걸이에 걸려있는 두터운 옷들을 볼 때마다 그것들이 나의 게으름의 증표같아서 가끔 숨이 막혔다. 갑자기 더워져 리빙박스에서 하나둘씩 꺼내 입은 여름옷들과 먼지 쌓여가는 겨울옷, 봄옷들이 방안에 혼재 했다.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계절 역시도, 자꾸 뒤죽박죽 되는 기분이었다.
내 몸뚱이는 하나인데, 옷은 왜 이렇게 많을까. 물론 나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맥시멀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집으로 이사올 때 분명히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한 계절이 끝나면 이렇게 버릴 것들이 잔뜩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미련이 남아 계속 가지고 다니던 옷 여러벌을 버렸다. 시간이 많았다면 훨씬 더 많이 버렸으리라.
이렇게 한계절이 지나면, 버려야 할 것들은 아무런 미련없이 내게서 버려졌으면 좋겠다. 아깝지 않나, 다음에 쓸 일이 있지 않을까. 버릴 때 죄책감 같은 마음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 밖에 나가보니 이제야 계절이 정말로 바뀐 것만 같다. 나는 지나간 계절의 마음을 버리고 싶다. 아깝지 않다. 다음은 없다. 그러나, 죄책감은 아직 남았다.
Egon Schiele, Clothed Woman, Reclining, 1910,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