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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은 왜 이렇게 빠르게 자라나는 걸까. 키보드가 미끄러지는 것 같아서 손톱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길어진 손톱이 부쩍 낯설게 느껴진다. 분명, 손톱을 자른지 얼마 안되지 않았나. 언제 이렇게 또 자랐을까. 무심하다. 손톱은 잘라내도 자꾸 자라나고, 마음에서도 손톱처럼 뭔가가 끝없이 자라난다.
어제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우리는 서른여섯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애 같다며 웃었는데, 그런 내 아이같은 삶을 반증 이라도 할 셈 일까. 손톱은 잘라내기가 무섭게 자라난다. 손톱만큼 잘라낸 네가, 손톱만큼 다시 자라난다. 마음을 잘라내고 마음이 자라나는 무한한 궤도.
나는 사실 뭔가를 기르는 데 정말로 재능이 없다. 식물에게는 지독한 마이너스의 손이고, 동물 역시 잘 기르지 못한다. 이쯤 되고보니, 내가 가장 잘 기르는 것은 내 손톱뿐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머리 기르는 것도 잘 못하거든.
하지만, 이상하지. 앞머리를 기르고 있다. 나는 결혼식 마저도 기르기 실패한 앞머리를 도대체 왜 기르겠다고 지금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앞머리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앞머리 거지존이라는 마의 구간에 접어 들었고, 나는 나날이 못생겨지는 나를 보며 매일같이 한탄한다. 와. 오늘보다 내일 더 못생겼어.
애매한 길이의 앞머리인 것도 모자라, 비까지 자주오는 바람에 습기마저 머금어 축축 처진다. 나는 이렇게 축처진 머리카락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내 앞머리에 뽕이 필요해. 마음에도 구르프를 말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마음엔 가장 큰걸로 말고싶다. 뽕 맞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