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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시간,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쏟아내고 왔기 때문에, 내 속이 이토록 텅 빈 마음이 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도 역시, 이토록 나쁜 날씨 탓을 해야할까. 아직 오월인데 내리는 비와 바람은 이른 장마라도 온 것 같다. 날이 너무 습하다. 어제는 방의 에어컨을 제습 기능으로 틀었고, 오늘은 진짜 제습기를 틀었다. 나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제습기 앞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에 또 바보처럼 손을 갖다대고 있었다. 나는 바보처럼, 이 마음의 물기들을 백색가전들이 전부 빨아들여주기를 바란다. 마음의 습도가 너무 높다. 좀처럼 이 물기가, 열어놓은 과자봉지 같은 눅눅함이, 자꾸 울어버리고 싶은 그 어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
나는 가끔 내가 달팽이 같은데,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 버려진 달팽이 껍데기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부서지기 쉬운 사람이다. 내 삶을 애써 끌어주던 내가 미끄덩 빠져나가버리고, 단단하지 못한 나의 껍데기만 여기에 홀로 남았다. 나는 내가 없이 아무데도 가지 못한다. 네가 없이, 가지 못한다. 도대체 나는 나를 버려두고 어디로 쏙 빠져나가버린 것일까. 며칠전,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를 따라가는게 아니었다. 나는 절대로 그 기억 속으로 영원히 가고 싶지 않다. 그래.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다.
누가 지금의 나를 잡으면, 나는 새로 뜯은 과자같은 바삭바삭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스라질 것만 같다. 마음이 쿠크다스다. 아무리 조심해서 뜯어도 마음이, 내가 자꾸 부서진다. 나를 두고 떠난 내가, 약하디 약한 달팽이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단단한 소라 껍데기 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아. 이건 외도일까. 달팽이와 소라는 잘못된 만남인가. 그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어야 할 것 같다. 다들 내 어깰 두드리며 잊으라 했지만, 근데 역시 나는, 잊지 못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