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오월이 있었던가. 오월은 항상 불완전한 여름에서 완전한 여름으로 가는 달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날씨는 여름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봄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지나길 바라는 봄이 죽지도 않고 다시 돌아왔다. 회귀한 봄, 하지만 나의 마음은 돌아갈 곳이 없다.

새벽에 또 비가 왔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잠에 또 깼다. 극세사 이불을 너무 일찍부터 넣었나.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너무너무 추웠다. 옆에 잠든 너에게 두더지처럼 파고들었더니 잠든 네가 팔을 뻗어 머리를 안아줬다. 금세 따뜻해져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늘 두세 번씩 잠에 깨서 뒤척거리는 이런 내 습관은, 매일 밤 너의 잠도 함께 깨우고 있는 것만 같아서 이따금씩 그 어떤 죄책감이 든다.

추워서 일어나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출근 알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5분 간격으로 맞춰 둔 알람을 일어나면서 나머지 알람을 모두 끄는 편인데, 오분 더, 십분 더, 나는 5분 간격의 알람이 울리도록 계속 두었다. 울리는 알람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나는 자꾸만 얼굴을 하나씩 포기하고 출근한다. 오늘은 더더욱 늦장을 부렸고, 나는 많은 얼굴을 포기했다. 오늘 하루는 포기한 얼굴을 가려 준 마스크에게 그 영광을 돌립니다. 땡큐베리마치.

이번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요즘 날씨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이건 아무래도 예고편인 것 같다. 요즘 들어 비가 너무 자주 온다. 내일 새벽에도 또 비 소식이 있다고 했다. 도무지 봄비인지 여름비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어느 장단을 맞추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도 매일같이 이랬다저랬다 한다. 내 마음의 장단은 어느 것일까. 누군가의 장단에 놀아난 기분이 들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억지로 당신의 장단을 맞추어야 할 때마다 사실은 마음이 무너진다. 강단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