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걷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산다. 약간의 다이어트를 시작한 덕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플워치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어린이날 선물로 받아낸 고녀석은 단순히 값비싼 전자시계 일 줄 알았는데, 쪼끄만 게 내게 자꾸 일어나라고 하질 않나, 심호흡을 시키질 않나, 오늘은 많이 움직였다면서 칭찬해 주기도 한다. 근데 그거 별거 아닌데 왜 좋을까. 마음이 너무 약해져있다 보니 이토록 작은 기계에게도 위안 받는다. 요즈음 내게 필요했던 것이 위로가 아니라 응원이었나. 매일매일 내게 참 잘했다고 말해주는 그런 것들. 여전히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받고 싶은 어린 마음의 내가 있다.

​금요일 퇴근길, 오랜만에 천호역에서 내려서 천호대교를 건넜다. 이쪽으로 걸어가는 것은 또 오랜만이다. 요즘엔 늘 잠실역에서 내려 잠실대교를 건넜다. 나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퇴근길을 빙자한 산책길을 좋아한다.

​걷고 있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땅처럼 단단해지는 기분이 든다. 실은 마음이 단단해지기 위해서 걷는다. 요즘 들어 부쩍 더 많이 걷게 된 것은 내 마음이 너무 물러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지도 한 달이 넘어가니, 마음이 물크러지는 것을 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여름날의 과일처럼 상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도, 몸의 근육도 더는 무르지 않고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매일, 나는 걷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